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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 쫌 아는 10대 크게보기

탈성장 쫌 아는 10대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
저자

하승우

저자

방상호

발행일

2021-04-20

면수

140*203

ISBN

172

가격

979-11-6172-793-6 44300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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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미세먼지, 기후 변화,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대안, 탈성장

오늘 탈성장은 가면을 벗고 당당히 무대에 오른다

 

 

최저임금 쫌 아는 10,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 선거 쫌 아는 10로 이어진 삼촌과 조카의 치열한 지식 공방전이 이번엔 그 이름도 낯선 탈성장을 주제로 펼쳐진다.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지식 탐험 <사회 쫌 아는 십대>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으로 준비한 탈성장 쫌 아는 10: 멈추는 것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것이 바로 그 공방의 무대다.

오랜만에 삼촌을 찾은 조카는 칙칙하게 바랜 추리닝을 꿰매고 있는 삼촌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본다. 웬 궁상이냐며, 하나 사 주겠다고 혈육지정을 내보인다. 하지만 삼촌은 이렇게 새로 사지 않고 고쳐 입는 것이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길이라고 정색하며 거절한다. 자연은 미래세대에게 빌려 쓰는 거라고도 덧붙인다. 그 숭고한 뜻이 이해는 되나 새로 사지 않고 아끼기만 하면 생산 없는 경제는 어찌 될지 조카는 심히 걱정이다. 생태계를 위해서는 쓰레기 쌓이는 생산도 개발도 당장 멈춰야 할 것 같고, 경제를 생각하면 성장의 길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인류의 숙명처럼 느껴진다. 성장이냐 멈춤이냐, 지금껏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 삼촌의 탈성장카드.

삼촌과 조카의 선문답은 한국 성장의 고속도로에 사고가 나기 시작한 25년 전을 돌아보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지구 생태계의 향후 25년을 예측하며 사뭇 진지하게 계속된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 성장이라는 길은 과연 무한대로 뻗어 있을지, 수치로 보여지는 성장 지표가 질적인 성장을 담보할지,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경제 성장은 절대 명제인지 등 성장 이데올로기를 성찰한다. 이런 문제에 입각해 떠오르는 탈성장이 완벽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확인한다. 성장하지 않고도 경제는 지속될 수 있는지, 성장 없이도 분배가 가능한지, 녹색 성장이나 그린뉴딜처럼 탈성장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이면 어떤지 등이다. 말할 것도 없이 탈성장의 여러 삶의 형태도 제시한다.

한창 성장기인 조카에게 날벼락처럼 퍼부어지는 간디 빙의 삼촌의 탈성장 폭탄 세례 탈성장 쫌 아는 10. 한 편의 소설처럼 맛깔나게 펼쳐지는 재기발랄 글에 허를 찌르는 통쾌한 유머와 진지함을 황금비율로 조합한 노련한 그림은 탈성장이라는 투박한 단어를 금세 친근하게 만든다. 논픽션 입담꾼 하승우 작가와 신이 내린 재주꾼 방상호 작가가 전작들에서 보여 준 환상의 호흡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를 찾아왔다. 탈성장을 무대로 더욱 세련되고 노련해진 그들의 작품이 지금 시작된다.

 

탈성장, 가면을 벗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탈성장은 성장에서 벗어나다’, ‘성장에서 자유로워지다이다. 지금까지 경제가 성장하면 삶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사회가 구동되었지만 현실은 예상한 대로 핑크빛이 아니다. 물질적인 부가 늘어난 이상으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졌고, 미세먼저와 기후 변화,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유행 등 생태계 위기가 가속도가 붙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길을 잃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함께 점검해 보자는 것이 큰 틀에서 탈성장이 의미하는 바다.

우리나라는 건설 분야를 기반으로 하여 급격한 산업화 시기를 지나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곪아 갔다. 과도한 투자가 부른 기업의 부채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졌고, 토목과 건설 중심의 산업화가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한 경영 태도를 양산했다. 국내총생산 규모로는 한국이 세계 12위지만 행복지수는 54위로 삶의 질이 현격이 낮고, 과도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는 한국을 기후악당이라 부른다. 이 모두 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과연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 이전에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가능한가.

삼촌이 대변하는 이 책의 대답은 이렇다. 경제는 다음의 이유들로 성장할 수 없다. 첫째, 지구가 앓고 있는 심각한 기후 위기는 더 이상의 개발이 재앙임을 경고한다. 둘째, 고갈되는 자연자원과 일자리 감소 및 소비층 감소는 성장의 구동력이 상실됐음을 증명한다. 셋째, 경제 성장이 삶의 행복과 직결되지 못한다는 깨달음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장하지 못하니 사회는 원시시대로 되돌아간다는 뜻일까. 성장의 반대말이 원시일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나아가되 혼자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삶이 탈성장이라고 말한다.

 

생태계 위기와 공동체 불행을 해소하는 대안, ‘탈성장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일까.

첫째, 당장 인류에게 닥친 큰불인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화석연료이며, 화석연료는 산업의 중심이다. 지금껏 산업을 주도했던 것은 선진국이었으며 이들은 혜택은 혼자,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전가하고 있다. 성장 위주의 방식은 지구온난화와 불평등을 동시에 야기했으며, 이것을 바로잡으려는 탈성장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여 공존으로 나아가는 해법이 된다.

둘째, 성장의 동력인 화석연료는 고갈되고 성장이 낳은 쌍둥이 자식 쓰레기는 또 다른 지구를 필요로 할 만큼 거대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세계 인구와 산업화, 오염, 식량 생산, 자원 약탈이 계속되면 지구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고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크기의 재앙으로 다가올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지금은 성장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이며, 이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셋째, 그동안의 경제 성장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모두의 행복을 담보로 소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일 뿐이라는 것이 자명해졌다. 탈성장은 자포자기가 아닌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되찾는 길이다. 부의 총량보다 다수를 위한 부의 분배를 고민하는 탈성장은 개인에게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행복을 제공하며, 그것은 공동체의 공고한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크기만 늘리면 모두가 행복할 거라는 맹목적 믿음으로 개인의 행복도 공동체의 안전도 위태로웠다. 성장 이데올로기는 그것을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사람이라면 위험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결국 사회는 돈으로 쪼개지고 불신으로 분열되었으며 개인이 누리는 만족도 함께하는 기쁨도 사라진 상태로 메말라 있다. 탈성장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지 묻는다. 모른 채 빙산으로 향하는 성장호를 계속 운행하는 것이 맞는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라고 간절히 권한다. 그리고 어떻게 멈추고도 살 수 있는지 방법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낭비 대신 소박함을! 탈성장은 안전하고 따뜻한 길

2020513, 전 세계의 탈성장 연구자와 활동가를 비롯한 1000여 명의 개인과 70여 개의 단체가 탈성장: 경제의 새로운 근간이라는 편지를 공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는 달리 우리는 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지구를 구해야 하며, 긴축이 아닌 자족(sufficiency)에 기반한 대응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분명히 지금의 상태를 위기로 정의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구는 현재 아프다. 많이 아프다. 너무 많이 달린 탓일 것이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여서일 것이다. 돈을 만들고자 자연을 다치게 해서일 것이다. 돈다발을 키우기 위해 도덕성보다 효율성을 앞세워서일 것이다. 같이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우선이어서일 것이다. 탈성장은 그렇게 돈이 왜곡한 부러지고 상처 입은 것들을 치유하는 움직임이다.

이 책은 말한다. 세계는 점차 인간에게 이로운 농업과 산업을 육성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하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식량과 주택,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기본소득과 최저 및 최대 소득이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도입되어야 한다. 이런 전환 과정에서 모든 이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기업과 금융은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에너지와 식량, 주택, 의료, 교육 등은 탈상품화되어야 한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화해와 협력, 세대 간의 재분배와 정의를 위해 과거의 착취에 대해 보상하고 기후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이어지는 편지의 내용을 가져온다.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체제가 지속되는 한 경기침체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탈성장입니다. 계획적이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의 규모를 축소시킴으로써 덜 가지고도 더 잘살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규모의 축소에 반감을 갖기 전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방식에 주목하자. 물건을 생산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더 오래 쓰고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행복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미루지 말고 지금, 함께 행복을 누릴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투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취미생활을 하는 작업장, 휴식 공간, 공공 도서관 등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에 투자는 더욱더 필요하다. 탈성장이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의미한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삶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 주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누군가에게 든든하게 비빌 언덕이 돼 주는 삶. 이것이 두렵고 위험한 삶이냐고? 책은 답한다. 탈성장이란 더 평등한 세계로 향하는,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길이라고. 삼촌과 조카의 소박한 설전이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미세먼지를 피해 공기청정기가 켜진 안전하고 쾌적한 실내를 찾아 들어가는 대신 언제라도 미세먼지 걱정 없이 창문을 활짝 열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실천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조금 불편해지지만 나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탈성장. 부정적이고 불순한 단어가 아니라 가장 안전한 단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법을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