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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욕망하다 (은밀하게) 크게보기

아저씨, 욕망하다 (은밀하게)

저자

김정경

발행일

2016-04-25

면수

150*210

ISBN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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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501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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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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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자유롭고 미녀는 존엄하다
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욕망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어쩌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놓고 말하기에 조금 쑥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욕망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 적잖은 위로를 주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특히, 회사와 집을 오가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욕망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다섯 살, 아홉 살, 열두 살짜리 아이 셋을 두고, 외벌이로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직장인. 그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술과 미녀를 좋아한다. 그리고 술과 미녀는 그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소한 욕망의 정체이다. 삶의 활력소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의 이런 사소한 욕망을 가슴 속에만 담아두지 않았다. 틈틈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녀를 그리고, 음주의 일상을 그렸다. 거기에 위트 넘치는 글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책으로 냈다.
제목도 노골적이다. 《아저씨, 욕망하다》란다. 표지도 노골적이다. 반라의 여자가 고혹적인 포즈로 누워 있다. 그리나 노골적인 제목에 소심하게 ‘은밀하게’를 덧붙였다. 그리고 반라의 여자도 소심하게 뒷모습을 그려 놓았다. 그래서 노골적이면서도 은밀하다. 그렇다. 욕망이란 무릇 은밀하기에 더더욱 소중한 것이 아니던가.
어쩌면 이 책을 보고 남사스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이 책을 보며 이 남자의 욕망에 동의하지 않을 남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듯한 격한 공감의 웃음을 결코 참지 못할 것이다.
이 남자의 사소한 욕망을, 아니, 당신의 마음속 사소한 욕망의 정체를 함께 들여다보자.
 
이 남자의 여섯 가지 욕망

첫 번째 욕망 : 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아니, 이게 아니지. 욕망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가 있다. ‘나’의 정체야말로 모든 욕망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남자, 첫 페이지부터 너무도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미녀를 만나 호강케 하는 게 평생의 일이다.”
“아빠가 뭐하는 사람인가 하믄…… 미녀들에게 페친 신청을 했어요.”


이 남자, 미녀들을 골라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다. 지하철하고 버스에서는 미녀들을 그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술에 취해 미녀가 모델인 맥주 광고판을 들고 집에 온다. 그런 남자다.
그렇다면 이 남자에 대한 객관적 정보는 무엇인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리닝’을 샀는데 길이가 열두 살 딸에게도 얼추 맞는 ‘짧은’ 신장을 가진 남자, 바람피우다 걸리면 영화 <황해>에 나오는 하정우 같은 청부업자를 고용하겠다고 말하는 아내를 둔 남자, 부의 상징인지 애국인지 알콜성 번식인지 모르겠으나 애가 셋인 남자, 그리고 곧 회사가 전라남도 나주로 이전하는 남자. 그게 바로 이 책을 그리고 쓴 남자다.


두 번째 욕망 : 여자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욕망 등장이다. 미녀를, 여자를 욕망하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여자의 적은 여자이고 적의 적은 친구라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흥분된다.”
“술이 귀하냐 그림이 높으냐 자문하다, 미녀가 으뜸이라고 답안하였다.
스스로 뿌듯하여 ‘좋아요’ 하며 자작한다.”

이 남자가 여자를 욕망하는 방법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지극히 평범하다. 출근길, 자신에게 기대어 잠든 미녀에게 가슴 설레고, 동네 빵집에 엄청난 미녀 알바생이 일한다는 소식에 안주와 해장의 아이템을 빵으로 교체하고, 회사 따라 기러기 아빠로 전라남도 나주에 머물면서 자신이 그렸던 서울 미녀들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 어디 한구석, 평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 한구석, 다른 남자들과 다른 곳이 없다. 욕망하지만 대놓고 욕망하지 않는다. 대놓고 욕망하지 못한다. 그게 바로 우리 남자다.


세 번째 욕망 : 술
대학 때 만화를 전공했고, 덕분에 자신의 욕망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의 호를 지었다. 바로 ‘일배(一杯)’. 누가 주당 아니랄까 봐 ‘한 잔’을 놓지 못한다. 남자는 ‘일배’라는 낙관을 직접 파서 자신의 그림 옆에 자랑스럽게 찍는다. 

“인생의 반은 술이고 나머지는 숙취다.”
“내가 만약 에로울 때에며~언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바로 여러병.”

회전하는 물침대에서 미녀들과 나라 경제를 근심하는 꿈을 꾸다가 아내에게 발견된 곳은 동네 놀이터의 회전뱅뱅이 위였고, 3차 중 귀가한 여자 후배에게 보냈어야 할 ‘잘 들어갔니?’하는 문자를 아내에게 보냈다가 민족 최대의 명절이 최대의 위기가 되기도 하고, 옥수역 7번 출구 앞에 있는 삼겹살집의 대자대비한 맛에 감탄하기도 한다. 술, 그것이야말로 남자가 놓지 못하는 욕망의 대표주자다.


네 번째 욕망 : 회사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애증의 대상이다. 있으면 갑갑하고 없으면 불안한 것, 회사.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이 있는 남자라면 치사하고 더러워도 버텨야 하는 곳, ‘자아실현’을 위해서 다닌다고 말해야 폼이 날 것 같은데, 실상은 정기적인 급여 때문에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의구심이 드는 곳, 회사. 

“몇 분 늦지도 않았는데 네 생각에 가슴 벅차고, 그런 내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넌 견디지 못하고.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아, 회사란…….”

옮으면 회사에 안 가도 되니까 수두에 걸린 딸을 꼬옥 안고 자고, 힘든 일 없냐는 상사의 물음에 다소곳이 “출퇴근이요.”라고 대답했다가 상사로부터 짐을 반으로 덜어주겠다며 “내일부터 퇴근하지 마”라는 대답을 듣고, 국경일이 일요일인 것은 환급받지 못한 연말정산과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남자들 마음속에 자리잡은 회사에 대한 욕망은, 차라리 승부욕일 것이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 보자!”


다섯 번째 욕망 : 가족
결국은 가족이다. 남자의 진정한 욕망은 ‘가족’으로 귀결된다. 가족이 있어 남자는 욕망할 수 있고, 가족이 남자의 최대이자 최고의 욕망이다. 가족이 있기에 남자가 있고, 남자의 욕망이 있다.

“엊그제 숙제하던 딸이 아빠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다. 물론 ‘싫다.’했다.
거기엔 너도 없고, 동생들도 없고, 이 집도 없을 거니까 싫다 했다.”

이 남자의 아내는 ‘Mtv’ 하다가 ‘동물의 왕국’ 같은 남자를 만나 ‘우리 결혼했어요’ 하다가 애 셋을 낳았다. 12년 전, 아내 마흔 되는 해에 재규어 e타입을 사 주겠노라고 했지만, 정작 이 남자가 지난밤 잠이 든 곳은 메르세데스벤치이다.
다섯 살 막내는 공룡이 될 거라고 하고, 아홉 살 둘째는 우주 경찰이, 열두 살 첫째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 남자의 꿈은 하늘을 나는 초인이었는데 술과 새끼들과 미녀가 좋아서 아직도 땅에서 마시고 있다. 애 셋 낳으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녀처럼, 아이들은 그리고 아내는 이 남자가 이 땅에 뿌리내리고 버티게 해 주는 가장 든든하고도 중요한 버팀목이다. 모든 아빠가 그러하듯이.


여섯 번째 욕망 : 나주
원래 나주는 이 남자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로 인해 이 남자는 나주인이 되었다. 나주에서 서울로 오가며 ‘주말 가장’ 노릇을 하다가 결국은 온전한 가족이 나주로 이전하였다.

“길은 외줄기나 서울의 어원은 지방이고, 가장의 역사는 가족이기에
나주서 가족 하기로 했다.”

342km 4시간 반 출근이 800미터 6분으로 줄었고, 가족 안에서 흡사 태평성대를 누리는 옛날 왕들과 같은 평안을 맛보고 있다.
나주로 인해 이 남자의 욕망은 완성을 이루었다. 사택에서 세 명의 남자가 함께 살 때만해도 ‘헬게이트’니 ‘무저갱’이니 하였으나, 온 가족이 나주로 온 순간 그곳은 (욕망의)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무릇 지옥은 마음속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다.
남자는 현재 전남 나주에 일터와 함께 가족 이주하여 막걸리를 벗 삼아 미녀를 노래하고 있다.

“타향살이 80일 만에 상경하여 정든 동무들을 찾은 새끼들은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라고 한탄했고, 인사동과 북촌의 미술관을 찾은 아비는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서울 미녀였다고 회술했다.

……이 남자, 기승전‘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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