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만 모자가 벗겨졌어!”
모자를 잃어버린 도토리, 가을 숲에서 나만의 진짜 보물을 찾다!
자연이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와 긍정의 그림책
어느 가을날,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혼자만 모자가 벗겨져 맨둥맨둥해진 도토리를 보고 친구들이 놀려댄 것이지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도토리는 언덕 아래로 떼굴떼굴 굴러 도망칩니다. 도망친 길은 순탄하지 않아요. 강물에 퐁당 빠져 물고기에게 삼켜질 뻔하고, 커다란 물수리의 발톱에 낚여 하늘로 끌려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굴러떨어진 곳은 뜻밖에도 낯선 풀숲. 그곳에서 도토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을 숲의 보물들과 마주합니다. 샛노란 은행잎, 뾰족한 솔잎, 어여쁜 구절초. 도토리는 잃어버린 모자 대신 숲이 내어준 것들을 하나씩 머리에 얹어보며 숲에 숨은 보물을 찾아냅니다. 보물은 무엇이었을까요?
“나쁜 일이 좋은 일이었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마음
아이들도 도토리처럼 예기치 못한 실수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순간을 만납니다.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이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어지는 날도 있지요.
이 책은 그 마음을 서둘러 달래지 않습니다. 대신 도토리를 끝까지 굴러가게 둡니다. 물에 빠지고 하늘로 끌려가는 소동을 다 겪은 뒤에야 도토리는 자기만의 모자를 만납니다. 마지막 장에서 도토리가 흘리듯 내뱉는 “나쁜 일이 좋은 일이었네.”라는 말은, 그래서 가볍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 한 문장을 통해 실패를 견디고 다시 서는 힘, 회복탄력성의 첫 감각을 배웁니다.
눈으로 떠나는 가을 숲 나들이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가을 산의 빛깔입니다. 작가가 직접 산을 오르내리며 주운 도토리와 낙엽, 들꽃과 솔방울이 책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낙엽 한 장의 결, 구절초 꽃잎의 흰빛, 솔잎의 날카로운 초록. 교과서나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계절의 질감이 종이 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한 번, 책을 덮고 창밖을 보며 또 한 번 가을을 만납니다.
주운 재료가 개성 만점 캐릭터가 되는 콜라주의 재미
다름을 설득하지 않고 보여 주는 방식
『달아난 도토리』의 그림은 자연 재료 위에 안태형 작가의 위트 있는 펜 터치를 더해 완성되었습니다. 콩을 싫어하는 물고기, 낙엽으로 만든 썰매처럼 엉뚱한 상상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겁니다. “이거,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공원이나 뒷산에서 주운 나뭇잎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책을 덮은 뒤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 그림책, 읽기가 놀이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책은 “너는 그대로 소중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자를 잃은 도토리가 은행잎을 쓰고, 솔잎을 꽂고, 구절초를 얹어보는 장면을 차례로 보여 줄 뿐입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 대신 그림으로 전하지요. 책을 읽고 아이가 스스로 “난 저 모자가 더 예쁜데.” 하고 말하면? 아이도 아이만의 보물을 찾은 것이랍니다.
글 조은수
혼자서 둘레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톡톡” 소리가 났어요. 누가 돌을 던지나 두리번거리는데 저만치 아래 귀여운 녀석들이 보였어요. 고 녀석들 참…….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가을 산에 절로 떨어져 나뒹구는 도토리들. 겨울 봄 여름 모두 좋지만 가을 산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보물투성이거든요. 그동안 만든 책으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 《악어 엄마》 들이 있어요.
그림 안태형
도토리를 줍고, 그려 보고, 만들어 보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러다 보니 책상 위에도 도토리,
바닥에도 도토리, 서랍 속에도 도토리……. 온 집안에 도토리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네요.
그동안 만든 책으로 《악어 엄마》, 《바퀴 달린 ㄱㄴㄷ》, 《메뚜기 탈출 사건》 들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