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할 고민으로 악몽에 시달릴 때
마음속 재료로 용기를 만들어 주는 요리점, 미미 식당
쓰디쓴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어린이들에게 단짠단짠 일상의 맛을 되찾아 줄 〈악몽 퇴치 요리점 미미 식당〉 시리즈의 첫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린이의 현실적인 고민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정연철 작가는 인기 동화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에 이어 ‘악몽’이라는 꿈의 세계와 ‘요리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어린이의 마음을 다정하게 비춥니다. 여기에 어린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모차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공간 ‘미미 식당’이 탄생했습니다.
‘미미 식당’은 나이를 알 수 없는 능청스러운 성격의 악몽 사냥꾼 ‘째미’와 툴툴거리지만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악몽 수집꾼 ‘빼미’가 운영하는 악몽 퇴치 요리점입니다. ‘빼미’가 벽시계를 통해 어린이의 꿈속을 오가며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째미’는 어린이를 식당으로 초대해 특별한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주지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악몽을 깨뜨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 악몽 속에서는 전사처럼 괴물에 맞서는 두 캐릭터의 반전 매력은 이야기의 톡톡한 재미를 더합니다.
이 책이 그리는 ‘미미 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현실을 단번에 바꾸는 기적이나 특별한 능력을 선물하지도 않지요. 대신 식당을 찾은 어린이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어떤 기억이든 꺼내어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 응원 속에서 어린이는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꼭꼭 씹어 삼켜 에너지로 만드는 법을 배워 갑니다. 그리고 악몽을 빛으로 바꿀 ‘용기’라는 재료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잘 들여다봐.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무시무시한 악몽보다 더 서늘한 현실을 마주하는 법
‘미미 식당’을 찾는 어린이의 고민은 꾸준한 노력이나 간절한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시리즈의 첫 권 〈밤마다 깨어나는 두 개의 그림자〉 속 ‘상이’가 겪는 ‘부모님의 다툼’ 또한 그렇습니다. 예고 없이 흔들리는 가정 형편이나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속에서 오가는 부모의 차가운 시선과 거친 말들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집니다. 그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쌓여 깊은 상처가 되거나,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고, 털어놓아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고민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 안에는 늘 긴장감이 흐르고, 부모님의 굳은 표정은 상이의 마음에도 그늘을 드리웁니다. 요즘 들어 친구들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진 이유입니다. 그 불안은 밤이면 악몽이 되어 상이를 괴롭히고, ‘상이’는 연이은 악몽에 점점 지쳐갑니다. 친한 친구 ‘호열’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털어놓지만, 뜻하지 않은 오해로 ‘호열’이 자신의 비밀을 퍼뜨렸다고 믿게 되며 친구와의 관계마저 멀어지는 상황에 놓입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진 ‘상이’ 앞에 어느 날 은은한 레몬 향을 풍기는 ‘미미 식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째미’가 건네준 ‘술술다불어’ 레몬차를 마시자 마음속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오늘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되짚기 시작합니다. 부모님과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들, 그리고 마음 깊이 남아 있는 힘든 기억들까지. 기억 가루로 만든 요리를 먹은 ‘상이’는 과연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억 가루로 만든 요리의 진짜 효능은
자신을 지키고 구하고 싶다는 강인한 마음의 씨앗
‘상이’는 악몽 퇴치의 마지막 단계인 ‘최후의 악몽’으로 초대됩니다. 악몽을 끝내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악몽 속 괴물과 다시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째미’는 ‘미미 식당’의 가보인 ‘국짜’를 무기로 괴물과 싸우며 상이를 돕고, 상이 역시 자신의 일상을 흔들어 온 괴물들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어렵게 꺼내어 본 기억을 딛고 마지막 악몽을 향해 나아가는 ‘상이’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거나 애써 외면했던 기억을 제대로 곱씹고 음미하는 과정까지도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꼭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들처럼은 아니어도 위험에 빠진 자신을 지키는 것도 용감한 일 같았다. 상이는 더 용감해지고 싶었다. 스스로를 지키고 구하는 일,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_본문 중에서
하지만 때로 우리는 고민과 걱정 때문에 그 사실을 쉽게 떠올리지 못합니다. ‘미미 식당’은 바로 그런 순간에 나타나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심어 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두려움의 세계였던 악몽을 스스로 맞설 수 있는 ‘결전의 장소’로 바꾸어 줍니다. 악몽에서 깬 ‘상이’는 변함없는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용기를 그러쥔 채 나아갑니다.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기적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힘이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들여다볼 힘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으로 미미 식당에는 또 어떤 손님이 찾아와 어떤 요리를 완성하게 될까요? 어린이의 두려움과 불안을 따뜻한 판타지로 풀어낸 〈악몽 퇴치 요리점 미미 식당〉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