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딱 하나, 오이를 못 먹는 오연두
이름도, 취향도 똑 닮은 동아리 회장 박초록
공통점이 있으면 마음이 더 잘 통하지 않을까?
연두는 가리는 음식이 없어요. 딱 하나, 오이만 빼고요. 강조하자면, 정말 ‘못’ 먹는 거예요. 오이는 향도 이상하지만, 쓴맛이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가족들은 연두에게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해요. 억울한 마음에 집을 일찍 나선 날, 연두는 학교에서 새로 생긴 동아리 ‘오싫모’ 게시문을 발견해요.
세상에, 오이 싫어 모임이라니! 연두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당장 동아리에 가입했지요. 알고 보니 동아리를 만든 초록이는 연두와 이름도, 취향도 닮은 점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오싫모는 연두의 생각과 달랐고, 초록이에게는 연두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연두는 초록이가 멀게만 느껴지고요. 과연 연두는 초록이와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취향이 다르면 정말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오이 싫어 모임? 나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어.
이건 바로 나를 위한 동아리잖아!
연두는 오싫모 첫 번째 규칙, [이름도 부르지 말자. 소름 돋으니까!]에 따라 오이를 ‘땡땡’이라 부르고, 동아리 활동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모여 ‘땡땡’ 없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어요. 음식 취향이 같은 친구끼리 모인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었지요.
게다가 회장 초록이는 연두와 이름도 비슷한 데다 오이를 싫어하고, 밀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캐릭터와 아이돌까지 모든 게 잘 맞았어요. 친한 친구 주희와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른 것만으로 종종 티격태격했는데, 이렇게나 비슷한 점이 많다니. 연두는 초록이와 운명의 단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오싫모에 관한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요.
동아리 활동으로 중국집에서 모인 날이었어요. 당연히 짜장면에 ‘땡땡’을 빼 달라고 요청했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연두가 맡지 말아야 할 향이 콧속 깊숙이 파고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짜장면 그릇마다 ‘땡땡’, 오이가 소복소복 쌓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갈수록 이상했어요. 아무도 오이를 걷어 내지 않고, 그대로 짜장면을 비비는 거예요! 연두는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러웠어요. ‘얘들아, 우리 ‘오싫모’ 동아리잖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공통점 덕분에 금세 가까워지고,
사소한 이유로 멀어지는 친구 사이
그날 사건 이후, 초록이에게 자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연두는 초록이를 오해한 나머지 고민 끝에 오싫모를 탈퇴해요. 그리고 자신의 ‘진짜’ 취향을 나눌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요. 연두의 동아리에도 두 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이상하게도 초록이와 보낸 그 시간만큼 신나지 않았어요. 취향이 같은 친구끼리 모이면, 마냥 재미있고 신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친구와 아직 어색한 사이일 때, 그 거리를 단번에 좁혀 주는 말이 있어요. “너도? 나도!” 이 한마디면 관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금세 가까워지지요. 친구 사이에서 종종 “우리는 비슷한 게 많아.”라거나 “역시 친구는 닮는다니까.”라는 말을 쓰는 것도 좋은 의미예요. 우리는 서로 닮은 생각과 취향을 나눌 때 즐거우니까요.
그런데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점을 발견하면 때로는 당황하거나 실망하고는 해요. 나와 닮은 줄 알았던 친구의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취향이 달라도 통하는 건 우리 ‘마음’이니까
닮은 점은 즐겁게, 다른 점은 존중과 이해로 마음을 나눠요
사실 연두는 초록이와 공통점을 발견하기 전에, 초록이의 독특한 취향을 두고 다른 친구들이 수군거리는데도 정작 초록이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연두와는 다른, 초록이다운 모습을 보고 친해지고 싶었던 거예요.
서로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졌다면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다르다고 해도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아니, 서로 달라서 더 친한 친구 사이도 얼마든지 있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서로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잘 알고 있는데, 때로는 닮은 점이 너무 커 보이는 나머지 상대방의 다른 점을 잘 보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의 생각이나 취향을 닮고 싶어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닮은 점이 많아도, 우리는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다른 점이 많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가까워지는 건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에요. 친구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취향이 다르고, 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다를지라도 소중한 관계를 즐겁게 이어갈 수 있어요.
가까운 친구나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 닮은 점이 있다면 함께 즐거워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존중하고 이해하며 마음을 나눠요. 내 모습 그대로, 친구의 모습 그대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만의 특별한 우정을 쌓아요.
글쓴이 윤정
대학에서 국문학을 배우고 <어린이와 문학> 추천을 받아 동화 작가가 되었어요. 지은 책으로 《소문난 구구 만두》, 《도우도우 도넛 가게》, 《박뽕남 할머니의 수상한 외출》, 《방과 후 고라니》, 《천재 햄스터 또랑이》, 《휘뚜루는 1학년》,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 《눈떠 보니 아이돌》, 《2학년 3반 오지랖 오지영》 등이 있어요.
그린이 김현영
두 아이와 강아지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림일기 쓰는 걸 좋아하고, 책 속의 그림을 만드는 일에 열심이에요. 이 책은 오이를 좋아하는 첫째와 싫어하는 둘째를 떠올리며 재미있게 그렸어요. 그린 책으로는 《초경은 초면입니다만》, 《중독 가족》, 《어떤 모자를 쓸까?》, 《상상해 봐, 공룡!》, 《당당하고 다정하게 말 잘하는 아이들》 등이 있어요.